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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09월) 여름연수, 그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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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연수, 그 감동

지도신부 유인창 안사노

안녕하세요?
성서모임 가족 여러분.
이게 9월호이기는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505차 여름연수가 진행 중인 8월 11일입니다.

엊그제 506차 연수봉사자인 조남준 & 황승빈 두 미카엘이 답사 차 성심연수원을 다녀왔는데요, 여는 미사를 막 마치고 나오신 이정훈 신부님을 뵈었다네요. 땀으로 흠뻑 젖은 끌러지 셔츠를 입으신 채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양 손에 든 빵을 뜯어 먹으며 그러시더래요. "같이 먹어요." 아, 우리 훈남 이 신부님… 얼마나 힘드셨으면 빵을, 그것도 양 손에 들고 그렇게 드셨을까요?

다 아는 사실이지만, 504차부터 성심연수원 에어컨이 말썽을 부렸거든요. 그러다가 결국 505차 때 멈춰서고 만 거죠. 아시죠? 올 여름 폭염이, 엄청 더웠다던 1994년 보다 훨씬 혹독했다는 거. 달구어진 연수원 안에서 제의까지 입고 미사를 하셨으니…

봉사자들과 연수생들이 한 고생은 또 어땠을까요? 그런데 그런 악조건을 견디어내고 연수를 잘 해내고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게다가 이번 여름에는 하계 올림픽도 있었잖아요? 집에서 시원한 과일을 먹으며 응원도 하고,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에 감동도 받고 싶었을 텐데, 그 유혹을 마다하고 연수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거예요.

특히, 연수봉사자들에 대해서는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지면 관계 상, 단어로만 표현하자면 '열정', '성실', '사랑', '인내', '놀라움', '고마움', '행복함', '동료애', '미더움'… 등등 끝도 없는 찬사와 환호가 이어질 것 같아요.

500차 연수 시작하는 날, 한마음 수련원에 들어가는 시각에 엄청난 폭우가 내렸었죠.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에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 한 연수생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우리 연수봉사자들이 우산을 들고서는 버스에서 내리는 연수생 한 사람 한 사람을 건물 안까지 호위해주는 거였어요!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 때문에 자기 몸은 이미 홀딱 젖었는데도, 연수생에게는 빗방울 하나 튀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한 동안 넋을 잃은 듯 쳐다보았답니다.

방학을 맞아 하고 싶은 일도 있었을 텐데, 휴가 기간 동안 다녀오고 싶은 여행지도 있었을 텐데…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한 달 보름 동안 거의 매일 센터까지 먼 길을 오가며 연수 준비를 한 우리 연수봉사자들. 연수 기간에는 또 어떤가요? 하루에 한두 시간 밖에 못 자며 그룹작업을 하고, 전례를 하고, 간식을 나르고, 하루를 정리한 후 다음날을 미리 챙기는 그 초인적인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그런 봉사자들을 보면서 이육사의 시 '광야'의 한 구절 뇌리를 스치며 지나가더군요.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연수 프로그램은 비밀이지만 이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 말하는데, 마르코 연수에서였죠. 십자가의 길을 하는데,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의 얼굴을 닦아 드림을 묵상합시다'를 기도하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체험을 했어요.
"주저앉을 것만 같은 그 순간 빗발치는 야유와 모진 시선을 이겨내며 한 여인이 내게 다가온다. 떨리는 손길로 피땀으로 얼룩진 나의 얼굴을 닦아준다. 베로니카. 너로구나… 따뜻한 손길에서 그녀의 마음이 느껴진다. 고맙다. 너의 그 마음이 내가 이 길을 걸어갈 이유가 되어준다."
지금까지 숱하게 많이 십자가의 길을 바쳐왔지만,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베로니카가 땀을 닦아드리는 순간, 예수님께서 다시 용기를 내셨으리라는…

지금까지 혼자 청년성서모임을 책임진다면서 힘들어하고 불평도 하고 했는데, 나 혼자 해온 것이 아니라 내게 용기를 준 우리 성서가족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혼자 한 것도 아니었는데 교만한 자아가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동안 마음공부며 기도며 참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버리지 못 한 '나쁜 내'가'내' 속에 숨어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면서 우리 봉사자들이, 성서가족들이 얼마나 고맙든지요. 그리고 그런 깊은 묵상을 하고들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요.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모든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 왕직, 예언직을 나누어받았다는 말이 정말 현실감을 갖고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파견미사 때 연수생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여러분, 우리 모두는 성서연수를 통해 너무도 많은 은총을 받았습니다. 은총을 선사하신 분께, 은총의 전달자가 된 이들에게 빚을 진 것입니다. 그 빚을 꼭 갚읍시다."
연수를 통해 참된 행복을 느꼈고, 그 힘으로 세상을 당당히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은총이 아닐 수 없어요. 세상의 논리와 방식에 휘둘려 점점 생기를 잃고,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이내 수동적인 채로 그럭저럭 세상을 살아가고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소중함을 깨닫고 양도할 수 없는 자신의 가치를 힘차게 펼쳐 보일 수 있게 된 것이 어떻게 큰 은총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기쁜 소식과 은총을 내 옆의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 못 견디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닐까요? 저의 그 말에 많은 연수생들이 공감했고, 그래서 연수봉사와 그룹봉사를 하겠노라 문자를 보내왔어요. 바로 이것이 신앙의 힘, 하느님 말씀의 힘입니다! 또한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의 저력이고요. 혼자서 조용히 성당을 왔다 갔다 한다고 해서 신앙생활이 풍요로워지지 않습니다. 자신이 받은 은총을 누군가와 나눌 때 신앙은 강화되고 더 뜨거워지는 거죠. 청년성서모임의 연수는 그런 체험을 압축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이며, 봉사자들은 안내자인 동시에 하느님 현존의 도구이에요.

이 더운 여름, 여름 연수는 정말 하느님 안에서의 감동 그 자체였어요. 이런 은총의 시간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연수 안에서 땀 흘리며 함께 고생한 우리 연수봉사자들과 신부님들 그리고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 부르신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해준 900 여명의 연수생들도 빼놓을 수 없고요.

하느님 사랑합니다!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
글을 마치기 전에 안타까운 이야기 하나 더 남겨요. 4년 9개월 동안 우리 성서모임 안에서 성서가족들과 동고동락하신 조명준 로마노 신부님이 이번 인사이동에 포함되셨어요. 말씀을 위해, 성서가족들을 위해 쏟으신 신부님의 사랑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 동안 수고해주신 조 신부님께 감사드리고, 소임은 바뀌지만 계속해서 우리 가족들과 함께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서가족들도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자주 우리 모임에 모실 테니까요.

지난 500차 연수 파견미사 때 흰머리가 희끗희끗하신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40년 전에 최창무 대주교님과 성서연수를 하신 성서가족의 대선배님들이시더라고요. 성서가족으로서의 강한 연대감에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성서가족으로서의 하나 됨 역시 우리가 오래오래 간직해야 할 아름다운 소명입니다.

홍인식 신부님도 조명준 신부님도, 그리고 5만 3천여의 성서가족들도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리라 믿어요. 말씀으로 하나 된 젊은이의 교회 안에서…

2012-09-18 19:45:09 from 115.95.9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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