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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04월) 청년성서모임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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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성서모임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도신부 유인창 안사노

청년성서모임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 가족으로 온 유인창 안사노 신부입니다. 세례명이 조금 이상하죠? 그래서인지 어떤 이들은 ‘안신부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간혹 유인촌씨의 동생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유인촌씨 동생이 신부님이시기는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지난 2월 21일부터 일을 시작했고요. 주변에서 경탄할 정도로 빨리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주로 제 생각입니다만.
2월 26일, 사순1주일에 서울교구 수궁동성당에서 새벽미사를 드렸습니다. 주임신부님이 피정을 가면서 부탁하셨거든요. 영성체가 끝나고 교우들에게 공지사항을 알리러 주보를 읽어나가는데 이런 내용이 보였습니다.

“청년성서모임 그룹원 모집
• 과목 : 창세기, 탈출기(탈출기 봉사자도 함께 모집합니다)
• 신청 : 3월 11일까지 백종민 베드로 010-8634-****”

순간, 가슴 속으로부터 반가움이 솟구쳐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그냥 읽고 넘어갔을 글자들이었을 텐데… 오후 5시 30분 성가연습을 위해 성당 정문을 들어서던 성가대원이 반색을 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자신을 청년성서모임 봉사자라고 소개하기에 한동안 함께 호들갑을 떨었습니다(나중에 이레네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 이 정도면 이미 가족이 된 거 맞죠?
같은 날 센터에서 연수봉사자 감사미사가 있었습니다. 봉사자들 틈 사이로 윤지은양이 보였습니다. 2003년 가톨릭대학교에서 제가 하던 과목을 수강한 학생이었습니다. 다음날 역곡역 부근을 걷고 있는데 준수한 남학생이 아는 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최희섭군이라고 역시 6년 전에 제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미 제가 청년성서모임의 가족이 된 것도 알고 있고, 자신도 봉사자라고 하더군요. 맙소사, 제 주변 곳곳에 청년성서모임 봉사자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들이 헨젤과 그레텔이 떨어뜨려놓은 빵조각 같은 존재들이었을까요? 저를 청년성서모임으로 이끌어 온?

연수봉사자 감사미사에서 율동과 찬양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움이 때론 가슴을 시리게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눈빛, 손끝, 표정,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펼쳐져 나오는 기도는 정말 살아있는 기도였습니다. 꽁꽁 얼어붙어, 생명의 자취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땅에서 초록을 싹틔우는 꽃처럼, 세속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연약하면서도 부드러운 몸짓들을 보면서 마더 데레사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변화를 보고 싶다면, 여러분이 먼저 그 변화가 되십시오.” 네, 저는 우리 가족들이 그 변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감사미사를 마치고 청년미사를 드리러 수궁동으로 가면서 대학로, 광화문, 신촌을 거쳤는데 거리에서 흐느적거리며 방황하는 젊음들과 방금 센터에 두고 온 샛별 같은 우리 가족들이 대비가 되어 제 마음을 스쳐갔습니다.

홍인식 신부님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새로 맡은 일에 대해 산더미 같은 걱정을 쏟아냈습니다. 그런 저의 손을 붙잡고 홍 신부님은 “유 신부, 하느님께서는 굽은 자로도 직선을 그으실 수 있는 분이야. 모든 걸 그분께 맡기면 돼.”라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걱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가장 큰 걱정은, ‘이렇게 아름다운 청년들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될 텐데…’라는 것입니다.

청년성서모임 가족 여러분, 여러분과 제가 공통으로 닻을 내리고 있는 곳은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이시고요.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굽은 자로도 직선을 그으실 수 있는 분이라고 믿으시나요? 홍 신부님의 확신은 여러분과 함께 한 체험으로부터 온 것이겠죠? 그러면 여러분도 그 체험을 공유하고 있는 것일 테죠? 그렇다면, 이제 그 체험을 저도 나누어 받게 도와주세요. 여러분이 그러했듯이 저 역시 저보다는 말씀이신 하느님께서 앞서 일하실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굽은 자로나마 그분이 바라시는 곧은 선을 그으실 수 있도록 말이죠.
앞으로 만나게 될 가족들에게도 반가움의 인사를 보냅니다.
2012년 2월 27일


후기. 위의 내용은 한 달 전에 작성한 것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말씀의 방> 3월호에 싣지 않았던 거죠.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수정할까도 생각해봤는데, 그때 그 마음을 나누는 것도 좋다고 여겨져서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대신, 한 달을 지낸 소감을 짤막하게 달면 어떨까 싶어 몇 자 적어봅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감사미사, 만남의 잔치, 발대미사, 공동체미사, 센터미사, 대학 개강미사, 사목회의… 오늘 아침도 498차 직장인 창세기 연수를 떠나는 봉사자들을 배웅했고요. 용달차 가득 물품을 싣는 장면이 마치 군대에서의 유격훈련을 방불케 하더군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이란!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만은 한결 같다는 거. 아니, 오히려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느님을 체험하고, 그 체험을 나누며, 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일에 헌신하겠다는 마음. 그 마음을 오래오래 지켜나가리라 매일 다짐합니다.

지난 서울대 개강 미사를 하러 주차장에서 미사 장소로 걸어갈 때, 길을 안내하던 손민정 요안나가 이렇게 묻더군요. “신부님, 저희들 기특하죠?” 저는 그 질문이 제가 아니라, 하느님께 드리는 것이라는 느낌에 입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제가 참 말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갑자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성서모임 가족 여러분, 여러분 정말 기특합니다. 하느님께서도 그렇게 보시리라 확신합니다. “주님 보시기에 좋았다.”라는 말씀은 세상창조만이 아니라 여러분 안에서 거듭되고 있는 ‘새로운 창조’에 대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주님 보시기에 좋은(기특한)’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2012-06-16 18:15:41 from 115.95.9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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